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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각시메뚜기 03.10.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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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와 억새가 무성했던 여름보다는 그들이 시들어 죽은 가을 들녘이 더 없이 뛰어다니기 좋았습니다. 학교를 마치면 동산에 올라 솔방울 싸움을 한창 했고, 나뭇가지로 장군놀이를 하며 칼싸움도 하였지요. 왠지 경건해야 하고 무서울 것 같은 무덤은 우리에게는 점령해야 할 고지이거나 솔방울 피하기 위한 흙더미에 불과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에게는 아직도 무덤은 왠지 친숙합니다. 죽은 조상도 항상 함께 한다는 우리민족의 조상숭배 풍습을 저는 그렇게 느꼈나봅니다.

한참 싸우고 난 후 숨을 헐떡이더라도 또 다른 재밌거리는 항상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무덤가에는 엄지손가락만큼이나 큰 방아깨비나 송장메뚜기들이 뛰고 날고 했습니다.
송장메뚜기? 그때는 다들 그렇게 불렀습니다. 무덤가에 있다고 그렇게 불렀는지 칙칙한 색깔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건지, 또 잡으면 입에서 검은 물을 뱉어서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어서 그런지.... 여하튼 그때는 그렇게 불렀지요. 방아깨비를 잡아 방아를 찧게 하고 누구 메뚜기가 더 멀리 뛰나 내기도 했습니다.

요즘 한창 가을들녁에 어김없이 이 녀석들이 뛰어다니더군요. 송장메뚜기는 보통 각시메뚜기, 콩중이, 팥중이 등 제법 덩치가 큰 메뚜기를 일컫습니다. 그중에 너무 울어서 인지(사실 눈물 흘리는게 아님) 눈물자국 진한 각시메뚜기란 녀석이 눈에 뜁니다. 예뻐서 지어진 동식물의 이름 중에는 각시란 말이 붙는 것이 많습니다. 각시붕어, 각시멧노랑나비, 박각시 등... 그런데 이녀석을 그렇게 이쁜건 같진 않습니다. 이제 시집와서 힘든 시집살이에 부뚜막에 쪼그려 앉아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는 새색시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그 눈물자국을 보았던 사람이 이메뚜기에게 그런 이름을 붙여 주었나봅니다. 사실 저에게는 인디언영화를 많이 본 터라 그 눈물자국이 용감한 인디언전사들의 얼굴 장식을 더 연상케 합니다.

이 각시메뚜기는 겨울을 어른벌레로 나는 몇 안되는 곤충 중에 한마리입니다. 열대지방의 남방계열의 메뚜기이면서도 어떻게 겨울을 날까 생각하면 참 대단한 놈이라 생각합니다. 이들은 겨울이 되면 그들의 몸 속 영양분인 글리코겐을 당알코올 성분으로 바꿉니다. 이 당알코올은 마치 자동차의 부동액과 같은 성질의 성분으로 겨울이 되어서도 몸을 얼지 않게 합니다. 그렇게 겨울을 난 각시메뚜기는 봄이 되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게 되는 것입니다. 다 큰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 애벌레들에게서는 이 눈물자국 만큼은 선명해서 어린 메뚜기애벌레를 만나더라도 이 녀석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얘들아 겨울이면 너무 추워서 눈물 흘리는 메뚜기가 있대! 한번 찾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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